오늘은 “고등학교 교과수업 및 동아리에 ChatGPT 활용” 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겠다.

서두
나는 고등학교 3학년 영어 교과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는 코딩 동아리를 한다.
이 둘은 관련이 없어 보이나, 학년부를 맡게 된 후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것을 찾다가 여기까지 와 버렸다. 물론 내가 이걸 잘 해서 하는 건 아니고, 그냥 하는 거다. 나도 관심이 있던 분야니깐.
한 번 배워보고 싶었던 내용이었다. 원래 어렸을 적,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수학이 어려워 일찌감치 포기했고.
교사는 그러면 언제 되고 싶어졌는가? 솔직히 모르겠다. 기간제 교사 생활을 할 때는 정교사가 되고 싶었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직업적 불안정을 해소하고 싶었다. 그게 다였다.
물론 성격에 맞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학년부를 맡으며 생활기록부에 들어가면 좋을 내용을 고민했다. 학생들과 코딩을 배워 이런저런 기기를 만들고 고치고 싶었다. 좋은 아이디어가 생긴다면 그걸로 제 2의 인생을 계획할 수도 있겠고.
그리고 2년 간, 나도 처음이고 아이들도 처음이었던 다양한 코딩 활동을 진행했다.
인공지능과 ChatGPT 시대의 도래
제목은 거창하다. 하지만 내용은 그냥 나의 썰일 뿐이다.
다른 포스팅에서 여러 번 언급한 것처럼, 최근 사회의 화두는 LLM이다. “거대 언어 모델”이라는 이름처럼 인간의 언어와 상당히 유사하게 글을 만들어준다.
대표적인 주도 업체는 OpenAI, Microsoft, Apple, Nvidia, AMD, META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이 바로 OpenAI와 META이다. OpenAI는 ChatGPT로, META는 Llama로 유명하다. 특히 Llama는 지난 포스팅에서도 말한 것처럼, 소스가 공개되어 있다.
공개된 소스란 말은 곧 사용자가 자신의 구미에 맞추어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이다. 굉장하지 않은가. LLM 돌리려면 서버 사용료가 어마어마하다고 하는데 말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바로 개인 컴퓨터에 설치하고 그 컴퓨터의 리소스를 활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건 개인정보보호에 굉장히 유리하다고 생각된다. 아무래도 ChatGPT와 대화하는 내용은 그쪽 서버로 전송되는 것이기에 누군가 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다. 그런데 Llama는 그렇지 않다. 내 컴퓨터에서만 돌아간다.
그래서 이걸 돌려보는 중이다. 집 컴퓨터, 학교 노트북, 학교 미니PC에서 각각.
어쨌든, 이 구성을 제대로 활용하기에는 시간이 걸리리라. 그래서 일단 ChatGPT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참고로 이 글은 바로 이전 포스팅, “컴퓨터에 Llama3 설치하고 ChatGPT 만들기“의 파생 버전이라 보면 괜찮을 것 같다.
ChatGPT 수업 적용하기
내가 이걸 활용하는 건 여러 번 해봐서 하겠는데, 중요한 것은 수업에서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학생들이 직접 ChatGPT를 활용하는 수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하게 사이트에 들어가면 그냥 대화창이 하나 덩그러니 떠 있다. 여기에 입력하는 내용대로 ChatGPT는 반응한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본다.
마치 검색엔진처럼.
이렇게 활용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비슷한 수준의 결과를 받게 된다. 내가 관심을 기울인 것은 Custom Instruction(맞춤 설정) 항목이다. 여기에 입력하는 내용에 따라 ChatGPT는 자신의 역할을 인식한다. 그리고 반응한다.
올해 내가 맡은 과목은 진로영어와 영어권문화 수업이다. 동아리는 고급 모든코딩 동아리. 일단 영어부터 시작해보자.
진로영어, 영어권문화 수업
진로영어와 영어권문화 수업 모두 다행히 진로선택 과목이다. 영어 교과 수업 내용이 많지는 않고, 이런저런 다른 활동을 시도해볼 수 있다.
일단 두 개 교과목에서 할 일을 생각해보자.
일반계 고등학교 영어수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학생들에게 영어 쓰기 연습을 시킬 수 없단 부분이다. 해도 문제고 안 해도 문제.
안 하면 당연히 쓰기 부분에 대한 학생의 역량이 너무 뒤쳐지게 된다. 하면? 이걸 교육한다고 학생들이 바로 따라오는 게 아니다.
들어가는 시간 대비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 일단 애들한테 급한 것은 읽기 능력이니깐. 수능에는 쓰기가 없다.
나는 ChatGPT를 통해서 학생들이 영어로 쓰기를 연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두 개의 Custom instruction을 만들었다. 위는 영어권문화 활동 인스트럭션, 아래는 진로영어 활동 인스트럭션이다.
영어 교과목 ChatGPT Custom Instruction 파일
그리고 이 파일을 구글 클래스룸에 올리고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방법과 함께 과제로 부여했다.
위 Instruction을 적용한 결과
처음에는 당연히 학생들이 어려워 했다. 진짜 요즘 심각하다고 느끼는 점이,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다 적어 두어도 학생들이 그걸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긴 글을 읽는 걸 싫어하는 건 그렇다 쳐도, 아예 글자 자체를 읽기 싫어한다. 문제가 있으면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고민하는 걸 싫어한다.
사실 처음 이 활동을 시작할 때는 Custom Instruction이 위 파일의 내용처럼 깔끔하게 나오진 않았다. 거의 2주 동안 세 번 정도 인스트럭션 내용을 바꾸고 나서야 저렇게 나온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완성본을 제시했고, 거의 2주 동안 다양한 custom instruction을 적용하고 시도해본 학생들이 이제 조금 결과물을 제출하기 시작했다. 뿌듯한 결과였다. 이 녀석들이 글을 쓰도록 만들다니.
학생 수준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고등학교 3년 동안 제대로 된 영어 작문을 한 적이 없었다. 그나마 작문만 못하면 다행이다. ChatGPT가 영어로 질문을 하니 이걸 파파고를 돌려 댄다.
자신이 쓴 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학생들의 영어 교과를 3년 간 맡은 나의 부족이리라. 그래도 그렇지, 방법을 알려줘도 아직도 그러고 있다.
두어 시간은 돌리라고 했다. 그래야 안 써본 영어 문장에 대한 부담감이 줄지 않겠는가. 그리고 세 번째 시간부터는 파파고 금지령을 내렸다.
정말 안 쓰는지는 모르지만, 과제 제출 내용을 보면 써서 나온 문장들은 아니다.
다행이었다.
아무튼, 두 개 교과의 인스트럭션은 각각 다른 것으로 했다. 두 과목 모두 듣는 학생들이 꽤 있는 편이라 일부러 그랬다.
하나는 영문 뉴스 기사 글 기반의 토론이다. 나머지 하나는 랜덤 주제의 짧은 대화형 토론이다.
고급 모든코딩 동아리 활동
코딩 동아리는 2022학년도에 1학년 부장을 맡게 되면서 3년 동안 끌고 온 동아리다. 영어 교사가 무슨 코딩에 대해 알겠는가. 거의 학생들이랑 같이 배우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이것저것 다 해내야 하는 지금의 고등학생보다는 여유가 있었다. 교육정보원의 원격연수 부터 교직원 연수 사이트 연수까지 일부러 찾아 들었다. 그리고 로드맵을 짜고 학생들과 함께 배웠다.
그런 와중에 LLM이 떡 하니 나왔고, 그간 세부적인 코드 작성에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아쉬움이 있었다.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학생들에게 활동을 진행하는 방법은 없을까.
유튜브를 엄청 봤던 것 같다. LLM 모델부터 ChatGPT 활용법 까지. 이게 문제가 무엇이냐면, 똑같은 내용을 적용해도 다 다른 답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아무튼, Custom Instruction을 통해 ChatGPT의 답변 양식을 조정할 수 있단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걸 코딩 활동에도 적용하면 어떨까 싶었다.
우선 바로 위 내용처럼 영어 교과 수업에 적용했다. 처음에는 어려워하거나 꼼수를 찾던 학생들이 여러 번 반복 연습을 하면서 익숙해지는 모습이 보였다.
코딩 동아리에도 충분히 적용할 만 했다.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피지컬 코딩을 중점으로 진행한 동아리였다. 이건 “아이디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학생들은 생각하기 싫어한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디어를 만들어 주는 ChatGPT가 필요했다.
그래서 아래 두 가지 버전을 만들어 봤다.
코딩 동아리 및 코딩활동 ChatGPT Custom Instruction 파일
위 파일은 아이디어 만들기 용 브레인스토밍 인스트럭션이다. 아래는 브레인스토밍 결과 나온 아이디어로 아두이노 코드를 작성해주는 것이다.
위 Instruction을 적용한 결과
고3의 동아리 시간은 많지 않다. 예전에는 그냥 자습을 돌리는 용도로 활용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인해 생활기록부에 동아리 기록이 매우 중요해졌다.
여기에 무엇이 쓰여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위 인스트럭션을 적용하여 한 번의 수업을 진행했다. 우선 학생들이 브레인스토밍 인스트럭션을 ChatGPT의 Custom Instruction 에 입력하도록 했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도록 했다.
기본적인 틀은 학교나 학교 외부에서 실생활 불편함을 생각하고 말하도록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 방법을 ChatGPT가 예시로 제시한다.
학생은 거기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또는 그걸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디어를 갖고, 두 번째 파일의 인스트럭션을 Custom Instruction 에 다시 입력한다.
시작 부분은 브레인스토밍으로 만든 아이디어를 입력하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에 필요한 아두이노 기기 틀을 ChatGPT가 잡아준다.
학생은 이 답변을 기반으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개선할 점을 계속해서 ChatGPT에게 말해주고, 이 과정에서 ChatGPT는 지속적으로 해당 프로그램이 작동할 수 있는 코드를 제시한다.
그러고 최종적으로 원하는 내용이 나오면, TINKERCAD를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잘 돌아가면? 이제 실제 아두이노를 들고 이걸 만들어본다.
1회차 동아리 활동에서 아두이노로 구현하는 것까지는 하지 못했다. 익숙해지는 시간도 필요하고, 일단 학생들이 이 활동의 유용함을 깨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두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마무리
“고등학교 교과수업 및 동아리에 ChatGPT 활용” 이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글을 써 보았다. 활동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한 것이기에 이번 포스팅도 두서 없이 흘렀다.
하지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는 알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교과 수업과 동아리 활동 중간 중간 학생들에게 계속해서 왜 이 활동이 필요한지 상기 시켰다. 앞으로의 시대는 인공지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기본 역량이 될 것을 말이다. 마치 국영수 교과목처럼.
내가 본 학교란 다른 조직보다 상당히 변화에 뒤쳐진 공간이다. 나쁜 의미라기 보다는, 과거의 방식이 아직도 잘 통하기 때문이라 생각하면 좋겠다.
빠른 변화가 실제로 좋지 않을 결과를 가져올 때도 많다. 그럴 때는 교육이 흔들린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에 적어도 이게 무엇인지,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 좋은 지를 알려주는 건 중요하다. 그걸 알려주지 않아 학생들이 전혀 성장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이걸 써먹는 거다.
기계적으로 탐구활동 내용을 이 녀석에게 물어보고 한다거나, 또는 영어를 쓸 생각도 하지 않고 영어 작문 과제를 제출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LLM이 우리의 과제를 대신 해주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걸 잘 사용하고, 이게 내준 결과를 판단할 능력은 필요하다. 나는 이것을 알려주고 싶다.
앞으로 1학기 남은 기간 동안 위 Instruction을 활용해 볼 생각이다. 활용을 하다 보면 개선점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더 다양한 활동을 만들 것이다.
“고등학교 교과수업 및 동아리에 ChatGPT 활용”이라는 제목에 맞추려면, 지금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내가 활동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교육청 연구회 소속 타 교과 선생님들께 공유할 예정이다.
그리고 내 것도 계속해서 개선하자.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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