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마지막 해

아닐지도 모른다. 나이가 한 살 씩 줄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내 머릿속의 나이는 39이다. 법을 바꾼다고 인식도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올해는 서른 아홉이라고 치자.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생각해보려 한다. 뭐, 생각할 거리는 수도 없이 많다. 일단은 엄청나게 바쁜 삼십 대를 보내고 있는 만큼, 일과 돈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떠오른다. 문득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워라밸이 없었나 싶다.

어른의 시작

어른이 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부모님의 지원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시점이 어른의 시작일 것 같다.

내가 일을 막 시작했을 때는 스물 일곱이었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일을 해야 할 나이가 되었다 싶었다. 그리고 시작했다. 너무 순탄한가? 일을 구한 것은 그럴 지 몰라도, 일하는 것은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정규직도 아니었고. 어떻게든 인정을 받고 다음 해에 내가 다시 필요할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잘 해냈다.

그게 벌써 12년 전 일이다. 그 사이, 두 곳의 학교에서, 영어회화전문강사, 기간제교사, 정교사까지 두루 경험했다. 비담임 교과담당부터, 담임교사, 기획교사, 학년부장도 이제 4년 째가 된다. 한 단계씩 차근차근 올라온 것 같은데, 어려움도 그만큼 커지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어릴 때 느껴보지 못했던 체력 부담이 생겼다. 이렇게 계속 강도가 올라가면, 정년은 고사하고 한참 전에 끝내고 싶은 생각이 들 것 같다.

이미 그렇다.

탈출구

삼십 대에 일만 했느냐, 그건 아니다. 나름 블로그도 해보고, 유튜브도 하고, 웹소설도 썼다. 코딩도 찍먹하고 있는 중이다. 개중에 웹소설은 출간까지 두 질(각 8권) 진행했고, 나름 기성 작가(?) 소리도 듣는다. 재작년 까지는 연초마다 신작 안 쓰냐는 연락도 받았는데, 작년부터 인가 연락이 오질 않는다. 바빠서 제안을 고사하다 보니, 아마 나중에 다시 쓰게 되면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해야 할 것 같다.

우리 학교에서 내가 학교 일을 가장 잘 했다고는 못 하겠다. 능력적인 부분의 한계도 있고, 경험의 부족도 있었으니. 하지만 열심히는 해 왔다고 자부한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르니 그에 대한 평가를 할 수는 없겠지만, 일과 개인 생활의 비중을 놓고 보면 일이 훨씬 많았다.

그만큼 소설이든, 블로그든, 유튜브든, 나에게 있어서는 다른 개인적 유희를 하지 않는 대신 했던 놀거리였다. 불안한 내년에 대한 일종의 탈출구였으며, 동시에 혹시 모를 무직 상태에 대한 대비였달까. 뭐, 이런 걸 하다 보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도 있었다. 웹페이지를 만들어 본다던가 하는…

아무튼 그렇게 숨가쁘게 시간을 보내왔다.

그리고, 지금

이제 8개월 남짓 남았다. 3년을 마무리할 때가 말이다. 아마도 이 일을 하는 기간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한 학년의 책임자가 되서, 어린 고1 친구들을 어른이 될 준비가 되도록 돕는 일.

내 30대의 마지막 해도 같다. 글의 서두에 밝혔듯이, 법적으론 1-2년 더 남았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이 친구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는 시점에, 나는 30대를 마무리하고 40대의 길로 접어든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나도 직장인으로 생존하기 위해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고. 서로의 마지막과 시작을, 각각 다른 차원에서 함께 하게 된다. 이렇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겠지만, 우연에 의미를 부여하면 필연이 된다. 인연이 되고.

잘 응원하자

모두가 잘 될 수는 없다. 모두가 행복할 수도 없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능력을 가지고 노력할 뿐이다.

더 큰 행복을 얻기 위해. 그리고 더 잘 되기 위해.

모두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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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마지막 해” 에 대한 2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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