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자 – 웹소설

처음 웹소설을 접한 건 그냥 돈이 된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영어회화전문강사를 4년을 하다 보니, 이게 끝난 이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지금이야 학교마다 사람을 못 구해서 난리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기간제 교사는 명확한 을이었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다만, 매년 재평가를 받고 다음 해에 나를 써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한 학교에서 4년의 영어회화전문강사 기간 동안, 조건이 조금 나은 기간제 교사 공고가 네 번이나 났다. 하지만 별도의 언질이 없었기에, 내 자리가 아닌가 싶었다.

그러는 사이 나이는 들어갔다.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해봤다. 웹소설 쓰기 전에는 블로그도 했다. 유튜브도 만들어봤다. 수업 자료를 만들어야 하니 겸사겸사 했던 일이었다.

웹소설은 그런 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시도였다. 책을 좋아하니 쓰는 것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웹소설 시장에 뛰어들었다.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자 - 웹소설

여러 종류의 시도

미스터리 스릴러물

당시에는 카카오페이지(이하 카카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카카페에는 작가가 직접 글을 올릴 수 없다. 나에게는 글을 올려 평가 받을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문피아. 당시 웹소설 시장은 남성향과 여성향 플랫폼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문피아는 그 중 남성향 소설이 인기 있는 곳이었다. 조아라는 여성향.

그리고 글을 썼다. 운이 좋은 것일까, 첫 글인데 나름 반응이 왔다. 게다가, 인기 있는 장르가 아님에도 긍정적인 댓글과 응원을 많이 받았다.

그 당시 썼던 소설은 학교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였다. 학교 안에서 어느 날부터 갑자기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로 시작해서, 최종적인 방향은 SF물로 바꾸는 식으로 썼다.

두 권 정도 쓰고 스토리가 끝이 났다. 홀가분했다. 시작할 때는 즐겁게 썼는데, 응원해주는 독자들이 생기니 부담도 같이 늘었다.

웹소설 - 미스터리 판타지 분위기

퓨전 판타지물

다음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퓨전 판타지 장르였다. 반지의 제왕 스토리에 매력을 느꼈던 나는, 검과 마법의 세계를 그려보고 싶었다.

성장형 주인공을 설정했다. 가족의 죽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쓰는 동안에는 참 재밌었던 것 같다.

한 권 정도 분량에 다다를 즈음, 이 이야기로 지속하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웹소설 매니지먼트에서는 내 이야기가 너무 구식이라는 조언을 주었다. 아직 내 스타일이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과거에 본 소설을 기반으로 창작을 하다 보니, 과거에 얽매여 있었다.

거기에 첫 소설에서 나온 단점들이 그대로 다시 나왔다. 긴 호흡의 문장과 단락은 독자를 지치게 만들었다. 첫 화의 유입 독자가 다음 화로 이어가는 비율이 너무 낮았다.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써 보고자 소설을 뒤엎었다. 그리고 소설 자체가 엎어졌다.

한 번 그려낸 이야기를 다시 구성하는 일은, 처음 세계를 창조하는 일보다 어려웠다. 재미가 없었다.

재미가 없으니, 금방 지쳤다.

중세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퓨전 판타지 분위기

현대 판타지물

내가 첫 소설을 쓸 때, 몇몇 독자들이 현대 판타지물을 준비해보면 어떻겠냐는 조언을 했었다. 보통 판타지적 요소를 가진 직업물을 현대 판타지라고 하는데, 약간의 부담이 있었다.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지 못한 내가 갑자기 그런 내용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부담.

그래도 몇 번 실패를 경험하니 생각이 들었다. 학교가 익숙하니 학교를 배경으로. 주인공도 교사나 학원 강사가 익숙하니 그러한 직업으로.

학교 교사가 갑작스럽게 죽었고, 환생 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미 전생에 돈의 귀중함을 느낀 주인공은, 학원 강사의 길로 들어선다.

아는 분야의 내용인 만큼 써 내려가는 것에 어려움이 적었다. 특히 초반 부가 수월했다. 일기나 희망 사항을 써 내려가듯 회차가 늘어났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자극적인 소재가 들어가야 사람들이 많이 보는데, 그런 것을 넣기에는 내 본업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내 성격 상 그런 걸 잘 건드리지 못한 탓도 있다.

운이 좋아서 출간까지 했지만, 성적은 좋지 못했다. 그래도 이걸 시작으로,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던 요리 분야 판타지 소설도 출간했다.

그리고 아직도 연초마다 신작 제안이 들어온다.

웹소설 - 현대 판타지 분위기(교사와 요리사)

성과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워낙 크게 망했다고 생각이 드는 소설 쓰기였다. 매니지먼트가 손해 볼 일은 별로 없다고 하더라도, 이건 좀 미안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나야 시간 맞춰 제때에 잘 원고를 넘겨주기만 하면 될 일. 여덟 권이라는 분량은 아무나 쓰지 못한다고 한다.

한번은 내가 담당 편집자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왜 다 망했는데 신작 얘길 하시는지 궁금하다고.

그때 들었던 대답이다.

“완결까지 여덟 권 분량의 소설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워딩이 정확하지는 않다. 그래도 대략 저런 말이었던 것 같다.

솔직히 여덟 권 분량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내가 직접 쓴 소설이다. 그런데 초반 설정이 뒤로 가면 잊혀지는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중요하지 않은 등장인물의 이름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직접 쓴 소설의 앞을 계속해서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목표했던 분량을 채웠고,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출간한 두 이야기의 접점도 살짝 넣어두었다. 혹시 모를 차기작을 위해서다.

이걸 쓰면서 의외의 효과가 있긴 했다. 내 본업은 교사다. 생기부를 매년 엄청나게 써야 한다.

이때 큰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학년부를 맡으면서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야 했다. 웹소설 써보기. 좋지 아니한 가.

결론 및 계획

지금은 너무 바빠서 쓸 생각도 하지 못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 바쁜 시기가 지나면? 어떻게 될까?

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마 써보고 싶을 것 같다. 겸직 허가를 다시 받아야지. 전에 쓰던 것처럼 야간 시간을 활용하면 될 것 같다.

여기에 학생 대상으로 활동도 조금 제대로 열어볼 생각이다. 작년에 잠깐 시도해봤지만, 코딩 수업 준비도 함께 해야 해서 아쉬움이 많았다.

뇌가 나보다 말랑말랑한 친구들이니, 요즘 트렌드에 맞는 이야기를 쓸 수 있으리라. 같이 써보고, 같이 서로의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일은 즐거울 것이다.

분명히 시작은 돈으로 시작한 것 같은데, 뭔가 이상한가. 쓰다 보니 이야기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나의 세상을 만드는 행복을 깨달았다.

어쨌든 결론은?

아직 모르지만 써볼 생각이 크다, 정도가 아닐까.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즐겁게 살자.

내가 기대하는 웹소설 작가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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