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과 마음을 표현하는 일” 조금 특이한 제목이다. 그래도 오늘은 이런 주제를 한 번 다뤄보고 싶었다.
이전처럼, 별로 중요하거나, 또는 알아두어야 할 내용은 아니다. 그냥 하루를 보내며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정리하는 일일 뿐이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아마 글의 정리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리라. 그래도 Daily Thought라는 메뉴의 특성에는 맞지 않을까.
글을 쓰는 건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다. 그런데 내 속에 무슨 생각이 있을 줄 알고 쓰겠는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응어리진 모든 것을 토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
내 마음에 무엇이 있는 줄 알고…
그래, 나도 모른다. 내 마음 속에 어떤 응어리가 있는지. 세상살이가 빡빡하고 짜증이 나는데, 그걸 표현하자니 또 위험을 느낀다.
떠오르는 생각대로 표현할 수는 있으나, 그건 결코 나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움이 되는 일만 해야 하는가. 그건 또 아니겠지. 살면서 몇 번은 나한테 도움이 되지 않을 결정을 내린다. 나름의 이유와 함께.
그런데 말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나의 짜증이 내 마음을 대변하는 건 아닌 듯 싶다. 뭔가 잘못 돌아가는 일을 본다고 하더라도, 어릴 때처럼 선뜻 나서서 바꾸지 않는다.
그냥 기분만 좋지 않을 뿐.
나서서 바꾸지 못하는 일이라 생각이 들 때면, 굳이 이걸 표현해야 하는가 싶다. 뭐든지 되고, 뭐든지 바꿀 수 있을 것만 같던 시절이 지나갔다. 훠이 훠이 지나갔다.
그리고, 표현하지 못하는 짜증은 내 마음이 아니다. 밖으로 꺼내 봐야 예전 만큼의 전투력이 실리지 않는다. 그게 두려웠다.
나의 마음은 무엇인가. 바꾸고 싶은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표현하지 않는가.
모르겠다, 답을…
어쩌면, 이제는 그런 짜증은 내 마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불쾌함과 짜증이 뒤섞여 있으나, 바꿀 의지가 없는 것들은 나의 마음이 아니다.
글을 쓰는 일
나이가 든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소제목은 글을 쓰는 일이라고 해 놓고, 갑자기 웬 나이 타령일까.
웹소설을 쓸 때의 일이다. 나는 어느 정도 성공하는 글을 내가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나의 실력을 믿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력이 아니었다. 아니, 그게 바로 실력이었을까.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쓰면서, 나는 엄청나게 조심하고 있는 다른 나를 발견했다. 편집자는 계속해서 자극적으로 쓸 것을 주문하는데,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하기에는, 내가 잃을 것이 많았다.
헌데, 이게 자극적이지 않은 부분만 쓰게 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 해야 할 이야기도 쓰지 못했다. 분명히 어렸을 때라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두려움이 있었다.
웹소설을 처음 쓸 때, 이야기를 만드는 건 나의 경험과 상상을 바탕으로 만드는 일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나의 경험과 상상을 내가 풀지 못했다. 내 마음에 있는 걸, 그때도 밖으로 드러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괜히 어른이 수동적인 게 아니었구나, 하고.
내 마음에 무엇이 있는 줄 알고… (2)
이 소제목은 끝난 줄 알았지? 아니다. 여기서 다시 시작이다.
내 마음 속에 무엇이 있을까. 내가 무슨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확고하게 말할 수 있을까.
겉으로 드러낼 수 있는 표현은 있으리라. 하지만 막상 그게 내 진심인가 되물으면, 그렇기 않은 경우가 많다.
분명히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겉으로 내뱉는 말은 그런 의미가 들어 있다.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산다. 그리고 그 가면은 나이가 들수록 두꺼워진다.
아닌 경우도 있겠지. 그래도 대부분은 그러지 않을까. 내가 원하는 것을 다 이룰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면, 누구나 삶과 내 마음의 간극을 적절히 조절하며 타협한다. 사회를 바꿀 수는 없으니, 나를 바꾼다.
그러다 보면, 내 마음에 실제로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이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누구일까…
글을 쓴다는 것과 마음을 표현하는 일
그래도 글을 쓰는 일은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글에서는 마음의 일부가 드러나긴 한다. 아예 없는 생각을 글로 쓸 수는 없다.
하지만 내 마음을 그대로 드러낼 수는 없다. 글이란 말보다도 더욱 사회에 맞추어 정제된 결과물이다. 더욱 두꺼운 가면을 쓴 나다.
그럼 왜 글을 쓰는가. 어차피 다 가면을 씌운 것들인데…
이렇게 라도 나의 마음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가면을 씌우는 일, 쓰는 일은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다. 일정 부분 가려진다고 그걸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말자.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읽은 것, 그리고 내가 상상하는 이야기에 대해 글을 쓴다. 나 혼자 보는 글이 될 수 있지만, 그래도 관계 없다. 애초에 글은 내가 보기 위해서 쓰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그렇게 오늘도 글을 써 내려간다.
매일 쓰겠다는 다짐을 지키는 건 어려울 것 같다. 너무 바쁘다.
그래도 시간을 틈틈이 내자. 이게 나의 소박한 탈출구다.
